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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로그 Life/정보 나누기

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

by 희플링 Heepling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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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 |

 

책도 자그마하고 얇아서 큰 기대 없이 펼쳤는데 예상외로 정말 많이 느끼고 배웠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껏 번역이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통역과는 달리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면 되니까.

그런데 현역으로 미드 번역을 하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으니 번역에 대해 쉽게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에 절로 머쓱해졌다.

저자는 특정 장르의 드라마를 번역하기 전, 만약 그것이 법정물이라면 그와 관련된 적절한 용어를 수집하고, 변호사의 직급 체계는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고, 나아가 법정 공방 신들을 통으로 암기한다고 한다.

 

 

회사에 다닐 때 한번은 계약서 번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상사는 계약서의 대략적인 내용을 당장 알고 싶어 했고, 이미 전문 번역가를 통해 계약서 번역을 맡긴 상태였기 때문에 계약서는 이러저러한 내용이라고만 간략하게 써냈다. 

이후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계약서가 왔다.

그것을 읽은 상사가 내게 어째서 같은 내용을 번역했는데 느낌이 다르냐는 망언을 하기에 속으로 '빨리 내용만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계약서 문체까지 원했으면 시간을 더 줬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생각해보건대 내게 시간을 더 줬다고 한들 상사가 원했던 계약서의 맛(?)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작게는 단어 선택부터 문체까지 모두 달라져야 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 글의 저자였다면 같은 일이 주어졌을 때 이미 그것이 계약서임음 감안해서 더 계약서 다운 투로 번역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그 때의 일들이, 그리고 이제껏 설렁설렁 지내왔던 지금까지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사이즈의 책이다.
▲ 뒷통수 때리는 주옥같은 글들이 있다 : "아인슈타인이 말하길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정신병이란다."

 

《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

1장은 저자의 번역 공부법, 2장은 미드 장르별 공부법, 3장은 저자가 번역을 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을 100일의 일기 형식으로 적었다. 책 소개를 읽을 때는 100일의 일기 부분은 건너뛰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1일 차 일기를 읽으니 100일 차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마치 내가 번역가가 된 듯 번역가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책 마지막에 저자는 고등학생, 대학생 때 최선을 다했던 본인이 참 기특하다 했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사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이 늦었지만, 내게도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보며 기특하다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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